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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좋았죠" 수능세대 부러워하는 학종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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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양 작성일17-07-06 20:31 조회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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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겨자 먹기로 이것저것 챙기고는 있지만, 굳이 이래야 하나 싶어 찜찜한 기분이 들어요. 대학에 간 선배들에게 들으니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으로 합격하면 돈과 '빽'을 써서 들어왔냐고 조롱하는 게 유행이라더군요. 그러잖아도 '수시충'이라고 뭉뚱그려 벌레 취급당하는 마당이니, 이럴 바에야 비좁은 문일지언정 정시에 '올인'하자는 분위기가 친구들 사이에선 팽배해 있어요."

교실마다 온통 학종을 폐지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적어도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 학종에 호의적인 아이가 한 명도 없다. 과거 학력고사 시절과 수능만으로 당락을 결정짓던 때의 온갖 폐해 사례를 들려줘도 수긍은커녕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되레 지금보다 그때가 훨씬 행복한 시절이었던 것 같다며, 학종의 문제점을 손가락으로 꼽아가며 읊어댔다.

최근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의 불똥이 일선 고등학교로 튀면서, 학종은 교육 분야에서 '만악의 근원'인 양 낙인찍혀 버렸다. 안 전 후보자의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 퇴학이 무마되고 서울대에 학종으로 합격했다는 소식은, 그러잖아도 '금수저 전형'이라고 손가락질받아온 학종 폐지 여론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학종이 도입된 취지마저 퇴색됐고, 교육을 향한 불신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아이들은 안 전 후보자가 아들 문제로 학교에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보다, 학생부가 '여건'과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마사지'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라며 분개했다. 학생부가 대학입시 전형자료로서 비중이 커지면 커질수록 기록의 신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학종 100%'로 선발하는 경우라면, 100% 소설화한 학생부끼리의 경쟁이라고도 서슴없이 말했다.

"의사 자질 안 보여도 '슈바이처'라고 적는 게 학생부"

(서울=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24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숙명여고에서 우리카드 주최로 열린 2018 대학입시 전략설명회에서 학부모 등 참석자들이 관계자들과 입시상담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24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숙명여고에서 우리카드 주최로 열린 2018 대학입시 전략설명회에서 학부모 등 참석자들이 관계자들과 입시상담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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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을 준비하는 자체가 창피하다고 말하는 한 아이는 의사를 꿈꾸는 친구의 사례를 들어 학생부의 '보편적 진실'을 들려줬다. 어릴 적부터 단짝이던 그 친구가 의사가 되겠다고 말한 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라고 한다. 물론 그 꿈은 의사인 아빠와 약사인 엄마가 일찌감치 정해준 것이고, 그의 학창시절 일과는 그 꿈에 맞춰 돌아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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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바람에 부응이라도 하듯 그 친구는 중학교 때부터 최상위권이었단다. 하지만 막상 고등학교에 진학해 수차례 모의고사 성적을 받아본 뒤, 수능으로 의대에 진학하기에는 버겁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안성맞춤인 제도가 바로 학종이었다. 결국 한 명이라도 더 명문대와 의대에 진학시키려는 학교의 '배려'로 의대 진학에 '맞춘' 학생부가 만들어지게 되고, 그만큼 합격에 근접하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학생부 기록에 관해서는 교과 담당 교사와 담임교사가 전권을 쥐고는 있지만, 이럴 경우 교사의 소신대로 학생부가 작성될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다. 아이는 '설령 교사의 눈에는 학생에게 의사의 자질이 안 보인다고 해도, 학생부에는 어떻든 '미래의 슈바이처'라고 기록하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 친구의 학생부에는 '예비 의사'라는 '확신'이 드러난 내용이 가득하다.

의대 진학을 고려할 정도라면 그 친구의 학생부는 양질 모두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한 수상경력은 물론이고, 교과세부능력특기사항과 종합의견에는 온갖 미사여구가 동원된다. 봉사활동도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지속적으로 해왔을 테고, 동아리 활동도 생명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을 것이다. 그러자면 학생부는 웬만한 소책자보다 두꺼워진다.

학종이 대세라는 요즘, 학생부 기록이 전제되지 않는 학교 활동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동아리 활동도 대학입시와 관련이 있다 보니 '좋아서' 모이는 게 아니라, '기록을 위해' 꾸려진다.

아이들 스스로 조직한 동아리보다, 입시 정보에 맞춰 학교가 백화점식으로 급조한 동아리가 훨씬 더 많다. 그러한 동아리는 비슷한 성적의 아이들이 모여 학생부에 기록할 거리를 찾아 만들어내는 '입시 스터디' 모임이 된다. 단언컨대, 전국의 거의 모든 학교가 이렇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되면 학생부는 아이들이 고등학교 3년간 이룬 성장과 변화의 기록물이 아니라, 일찌감치 정해진 아이의 진로를 교사가 무기력하게 '공인'하는 서류에 불과하게 된다.

이마저도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이나 의대와 치대, 교대 등에 진학하려는 일부 학생에게만 국한될 뿐이다. 대다수 아이에게는 '남의 일'이다. 지방 국립대조차 언감생심이라는 한 아이는 학종을 이렇게 정의했다. 최상위권 아이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제공하는 '그들만의 놀이터'라고.

학생부를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점이 발견된다. 최상위권 아이들의 적성과 진로는 죄다 법조인 아니면 의사와 교사라는 점이다. 적어도 학생부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공부 잘하는 음악가와 시인, 건축가, 여행가, 사회운동가가 나올 수 없는 셈이다. 자신의 적성을 깊이 생각하고 경험해볼 기회도 여유도 주지 않은 채 오로지 학벌 경쟁으로 내모는 잔인한 현실 탓이다.

학생부는 학교의 몇 안 되는 영구 보존 장부다. 그만큼 철저히 관리돼야 할 중요한 문서라는 이야기다. 그저 대학입시 하나만을 위해 활용되고 폐기되는 자료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아이들 스스로 '소설책'이라고 조롱하는 학생부 기록을 나중에 어른이 돼서 우연히 열람하게 된다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자신의 학교생활을 추억하기는커녕, 혀를 끌끌 차며 지금의 우스꽝스러웠던 현실을 비웃게 되지는 않을는지 걱정스럽다.

학벌구조, 학종은 죄가 없다

학종은 결코 학벌구조를 뛰어넘을 수 없다. 교사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학종의 도입으로 문제풀이 위주의 획일적인 교실 수업이 개선되고, 계량화된 점수로는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 아이들의 다양한 재능을 판별해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온존한 학벌구조 앞에서는 온갖 편법만 양산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더니, 학종이 꼭 그 꼴이다.

기실 학종은 대학과 고등학교 간의 신뢰를 전제로 한 입시전형이다. 그러나 연이은 비리로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며 여론이 악화하자, 학종의 확산을 이끌어온 대학 측에서는 은근슬쩍 고등학교에 그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대학 측은 "고등학교 교사가 직접 쓴 학생부 기록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지만, 그들이 기대고 있는 서열화된 학벌구조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사실에는 침묵한다.

신입생 유치에 사활을 건 수많은 지방대의 경우엔 학종에 대한 찬반 논쟁 자체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말하자면 학종은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과 일부 아이들만의 관심사여서, 학교에서 대다수의 아이를 소외시키는 폐해가 심각하다. 교실은 학종을 준비하는 소수의 아이와 학종과는 무관한 다수의 아이로 나눠져 있다. 과거 성적 하나로 획일화한 우열반과 하등 다르지 않은 모양새다. 분명 학종의 취지와는 어긋난다.

대학, 특히 상위권 대학들의 태도도 문제다. 재학생을 가르치는 것보다 신입생을 뽑는 데 더 관심을 쏟는 그들의 입장에선 입시가 어떻게 변하든 큰 상관이 없다. 운 좋으면 '월척'을 낚을 수 있는 학종에 눈길이 가긴 하지만, 수능으로 뽑든, 학종으로 뽑든 정해진 대학 서열이 뒤집힐 일 없고, 지방대와 달리 신입생이 끊길 리도 만무하니, 흡사 '꽃놀이패'를 든 격이라고 할까.

학종의 위력 앞에서 아이들만 '울며 겨자 먹는' 건 아니다.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는 학종 관련 연수로 교사들의 마음고생도 이만저만 아니다. 최근에는 '학생부 기재 역량 제고를 위한 직무연수'를 받으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교사·학교별 기재 수준의 차이를 최소화해 학생부의 학교·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학생부의 격차만 해소되면, 학교의 수준 차이도 사라진다고 여기는 건지 의문이다.

수업 개선이나 생활지도, 상담 능력 신장에 관한 연수라면 모를까, 교육부와 교육청이 나서서 '학생부 기재 매뉴얼'을 배포하는 것은 스스로 '대학의 마름'임을 자처하는 일이자, 학생부를 획일화시키는 반교육적 처사다. 교사의 역량은 수업과 생활지도에서 길러지고 발현돼야지, 학생부 기재 수준을 높인다고 해서 될 일은 결코 아니다. 학생부를 잘 적어주는 교사가 유능한 교사라는 세간의 왜곡된 인식에 교육부가 맞장구를 치는 격이니, 어처구니없을 따름이다.

시험보다 공부가 먼저이듯, 학생부 기록보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먼저다. 교육 관료들이여, 부디 수업 준비만으로도 벅찬 교사들 불러다 모아놓고 학생부 '마사지' 요령을 가르칠 생각 말고, 그 시간에 어떻게 하면 '귤을 탱자로 만들어버리는' 우리네 학벌구조를 타파할 수 있을지를 우선 고민해 달라. 아이들은 이구동성 탓하지만, 그깟 학종이 '만악의 근원'은 아니지 않겠는가.

 

출처 : 오마이뉴스

링크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39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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